연재 '신뢰의 설계도 — 부동산이 되묻는, 부(富)의 본질'에 대하여
이 연재는 자산을 '늘리는' 시대에서, 자산으로 '무엇을 남길 것인가'가 중요해지는 시대로의 전환을 다룬다. 가장 오래된 자산 클래스인 부동산을 통해 신뢰·승계·사회·기술·사람의 가치를 폭넓게 고찰하는 전 6회 시리즈다.
"10년 동안 담당자가 다섯 번 바뀌었습니다. 그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고, 겨우 신뢰가 쌓일 즈음이면 또 다른 사람으로 바뀝니다. 이제는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
어느 자산가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금융자산만 수백억 원대를 보유한 분이었지만, 그 말에는 분노보다 깊은 체념이 배어 있었다. 자산을 보유하는 것과, 그 자산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을, 그 순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지난 1회에서는 '10억, 100억, 1,000억'이라는 규모의 관점에서 부의 본질을 되물었다.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성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더 깊어진다. 이번 회에서는 그 질문을 한 걸음 더 밀고 나가려 한다. 부를 지키고 키우며 다음 세대로 이어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신뢰할 수 있는 어드바이저'란 무엇인가. 그리고 왜 일본에서는 그런 존재를 찾기가 유독 어려운가. 그 배경에 숨어 있는 구조적 문제를, 이번 글에서는 정면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일본의 '신뢰 점수'가 세계 최저 수준인 이유는 무엇일까?
해외 웰스매니지먼트의 실태를 접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본과의 차이에 놀라게 된다. 구미권의 자산가들 다수는 같은 어드바이저와 10년, 20년씩 관계를 이어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가족 구성의 변화, 사업의 부침, 세대교체 준비까지, 인생의 중요한 고비를 모두 함께해 온 파트너로서 어드바이저를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일본에서 같은 질문을 던지면 답은 종종 다르게 돌아온다. "담당자는 어차피 몇 년이면 바뀐다", "결국 상품을 팔고 싶을 뿐이다"라는 말을 자산가들로부터 자주 듣는다. 이는 개인의 편견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경험을 통해 학습한 현실 인식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있다. 이 불신은 일본 어드바이저의 능력이나 성실함이 부족해서 생긴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개개인의 어드바이저 중에는 실력 있고 성실한 인재가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그 성실함을 살릴 수 없는 '구조'에 있다.
신뢰의 결여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바로 이 관점이 이번 글의 핵심이다.
구조적 결함 ①: 수수료 기반 보수 체계의 '왜곡'이란 무엇일까?
'잘 팔리는 상품'과 '고객에게 최적인 상품'은 일치하지 않는다
웰스매니지먼트 업계에는 크게 두 가지 보수 체계가 있다. 하나는 '수수료 기반(commission-based)'으로, 상품을 판매할 때마다 커미션이 발생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다른 하나는 '피 기반(fee-based)'으로, 고객의 예탁 자산 잔액에 연동해 보수를 받는 구조다.
수수료 기반 구조에서는 담당자의 수익이 '무엇을, 얼마나 팔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커미션이 높은 상품일수록 적극적으로 권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담당자 개인이 아무리 성실하더라도, 조직의 평가 체계가 '판매량'을 축으로 설계돼 있다면, 고객에게 최선이 아닌 상품이 우선적으로 권유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쉽다.
이는 담당자 개인을 탓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뛰어나고 성실한 어드바이저라 해도, 소속 조직의 보수 체계·평가 체계가 미치는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양심으로 극복하라"는 해법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피 기반 구조와의 본질적인 차이
피 기반 어드바이저는 고객 자산이 늘어날수록 자신의 보수도 늘어나는 구조를 갖는다. 즉, 고객의 이익과 담당자의 이익이 같은 방향을 향한다. 특정 상품을 팔아야 할 필요가 없고, 고객에게 최선의 판단을 내리는 것이 곧 자신의 수익으로 직결된다.
일본에서도 피 기반 구조로의 전환을 표방하는 금융기관이 늘고 있지만, 업계 전체의 주류는 여전히 수수료 기반 중심이다. 또한 명목상으로는 피 기반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수수료와 병행하는 사례도 있어, '진정한 피 기반'은 아직 소수파라고 할 수 있다.
이해상충을 '제도적·설계적 차원에서 해소한다'는 발상. 이것이 신뢰의 재설계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열쇠다.
구조적 결함 ②: 부동산 업계의 '가두리' 관행이라는 이해상충은 왜 문제일까?
양측 중개라는 보수 구조의 문제
부동산 거래에서도 완전히 동일한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양측 중개(両手取引)'다.
통상적인 부동산 매매에서는 매도인 측과 매수인 측에 각각 별도의 중개업자가 붙어, 양쪽에서 나눠 중개 수수료를 받는 형태인 '편측 중개(片手取引)'가 본래의 모습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한 회사가 매도인·매수인 양쪽을 동시에 대리하며 양측 모두에서 수수료를 받는 '양측 중개'가 널리 이뤄지고 있다.
매도인은 "비싸게, 빨리 팔고 싶다"고 바란다. 매수인은 "싸게 사고 싶다"고 바란다. 이 두 이익은 본질적으로 상충한다. 그 양쪽의 대리인을 한 회사가 맡는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느 한쪽의 이익이 훼손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다.
매물 공유 시스템 등록 후에도 이어지는 정보 격차의 실태
이와 관련해 '가두리(카코이코미)'라는 문제가 있다. 중개업자가 매물 정보를 일본의 부동산 정보 공유 시스템인 레인즈(REINS)에 등록하면서도, 실제로는 다른 업자에게 소개하는 것을 제한하고 자사에서 직접 매수인을 찾으려 하는 관행이다. 이로 인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잠재적 매수 후보가 배제되어, 매도인의 이익이 훼손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법제도 측면에서도 대응이 진행되고 있어, 정보 공개 의무 강화와 확인 조치 확충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제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가두리 관행의 구조적 결함에 대해 자세히 다룬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규칙으로 금지해도 돈이 되는 구조가 남아 있으면 행동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본질이다. 보수 구조라는 인센티브 설계가 바뀌지 않는 한, 문제의 근절은 어렵다.
이해상충은 '구조의 문제'다
"실력 있는 담당자를 찾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언뜻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발상에는 한계가 있다.
우선, 실력 있고 성실한 담당자는 희소하다. 그리고 그런 인재를 만나더라도, 조직의 평가 체계가 바뀌지 않으면 담당자 개인의 성실함은 오래가지 못한다. 성실함을 관철하려 하면 조직 내 평가가 낮아지고, 더 조건이 좋은 자리로 옮겨가게 된다.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악순환이 생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음으로, 개인의 성실함에 의존하는 방식은 평가·판단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초고자산가들이 보유한 자산의 복잡성과 거래 규모를 생각하면, "이 사람은 성실해 보인다"는 직관적 판단만으로 의존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렇기에 내가 중시하는 것은 '설계가 올바른 조직을 선택한다'는 관점이다. 개인의 성격이 아니라 보수 체계·정보 공개 방식·이해상충 배제 구조가 적절하게 설계돼 있는지를 묻는 것. 신뢰란 '사람'이 아니라 '구조'에 깃드는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어드바이저를 가려내는 다섯 가지 관점이란?
초고자산가들이 실천하는 '구조 점검' 항목으로, 다섯 가지 관점을 꼽아본다.
1. 보수 체계의 투명성
피 기반인가, 수수료 기반인가. 복합적인 경우에는 어떤 상품에 어떤 인센티브가 걸려 있는지 공개받는 것이 출발점이다. "묻기 어렵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정직하게 답하지 못하는 어드바이저는 애초에 신뢰 관계를 쌓을 토대가 없다.
2. 담당자의 연속성
같은 고객을 계속해서 담당할 수 있는 체제인가. 담당자 교체가 조직적으로 빈번히 일어나는 구조라면, 개인이 아무리 성실해도 장기적인 신뢰 관계는 쌓이기 어렵다. 과거에 담당자가 몇 년마다 바뀌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3. 취급 상품·매물의 독립성
특정 상품이나 매물을 우선적으로 권하는 구조는 아닌지. "우리 회사 상품", "계열사 매물"을 중심으로 제안하는 어드바이저는 이해상충 리스크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고객에게 최선의 선택지를 폭넓게 비교·제안할 수 있는 환경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4. 정보 공개의 자세
단점과 리스크까지 포함해 정보를 공개하는가. 좋은 면만 강조하고 불리한 정보는 나중에 공개하는 어드바이저는 장기적인 신뢰 관계의 걸림돌이 된다. 초고자산가 대상 부동산 비즈니스의 최전선에서도 언급했듯이, 순자산이 클수록 정보의 비대칭성에 민감하다. 단점까지 포함한 투명한 제안이야말로 장기적인 신뢰를 만든다.
5. 편측 중개의 철저(부동산 영역)
부동산 거래에서는 "매도인·매수인 중 어느 한쪽의 대리인 역할에 철저한가"가 가장 알기 쉬운 이해상충 배제 지표다. 편측 중개를 원칙으로 하는지 여부는 그 조직의 설계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다섯 가지는 어드바이저의 능력이나 성실함을 평가하는 항목이 아니다. 조직·구조의 설계가 올바른지를 묻는 '구조 점검'이다.
내 생각
내가 이 업계에서 경력을 쌓아오는 동안, 이해상충이라는 문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다. 부동산 현장에서는 양측 중개가 수익의 기둥이 되는 구조가 드물지 않으며, 담당자가 아무리 고객을 생각하더라도 조직의 방침과 개인의 성실함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해 왔다.
그렇기에 INA&Associates에서는 편측 중개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는 단순한 차별화를 위한 방침이 아니다. 우리의 핵심 가치인 '신뢰와 정직', '관계된 모든 사람의 행복'을 말뿐인 구호로 남기지 않고 구조로 구현하기 위한 선택이다.
매도인의 대리인으로서 최선을 다하려면, 매수인 측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할 수는 없다. "양쪽 모두의 편"이라는 것은 "어느 쪽의 진정한 편도 아니다"라는 것과 같은 의미다. 고객의 신뢰를 '설계 차원'에서 지키기 위해서는, 보수 체계·거래 구조에서 이해상충을 배제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나는 확신한다.
"피 기반 보수 구조에서는 단기 수익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확실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단기적인 거래 건수의 극대화가 아니라, 고객과의 장기적인 신뢰 관계 위에 세워진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그 신념은 핵심 가치인 '장기적 시야'와 직결돼 있다.
신뢰는 서비스의 품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해상충을 구조적으로 배제한 설계 위에서만 진정한 신뢰가 성립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신뢰의 설계도'의 핵심이다.
초고자산가들은 그 설계도의 정밀함을 가려내는 안목을 갖고 있다. 그리고 INA&Associates는 그 안목에 부응하는 설계를 계속 추구해 나갈 것이다.
질문 하나를 남겨두고자 한다. 지금 당신이 신뢰를 보내고 있는 어드바이저는 "그 사람이 성실해서" 신뢰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 조직의 설계가 올바르기 때문에" 신뢰하는 것인가.
다음 회에서는 부동산 승계의 어려움과, 패밀리오피스가 마주하는 '첫 세대교체'에 대해 다룬다.
요약
- 일본의 자산가들이 어드바이저를 신뢰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개인의 성실함 부족이 아니라 보수 체계·거래 구조라는 설계상의 결함에 있다
- 수수료 기반 보수 구조에서는 담당자의 이익과 고객의 이익이 구조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
- 부동산 업계의 양측 중개·가두리 관행은 합법이라 해도 본질적인 이해상충을 내포하고 있다
- 실력 있는 담당자를 찾는 '담당자 뽑기'보다, 설계가 올바른 조직을 선택하는 관점이 초고자산가에게는 유효하다
- 신뢰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에 깃든다. 보수 체계·담당 연속성·정보 공개 자세·편측 중개의 철저함이 관건이다
자주 묻는 질문
Q1. 양측 중개는 불법인가요?
A. 일본 법률상 양측 중개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매도인과 매수인 양쪽을 대리하는 구조는 본질적으로 이해상충을 내포하고 있어, 어느 한쪽의 이익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 "합법이지만 이해상충이 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법적으로 허용된다는 것과 고객의 이익이 지켜진다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Q2. 피 기반 어드바이저는 어디서 찾을 수 있나요?
A. 독립계 파이낸셜 어드바이저(IFA)나 일부 신탁은행·프라이빗뱅크가 피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일본에서는 아직 보급 단계에 있어, 명목상으로는 피 기반을 표방하면서 수수료 수입과 병행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어드바이저를 선택할 때는 "보수 체계의 내역을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직접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Q3. 담당자가 자주 바뀌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많은 금융기관에서는 담당자의 로테이션(정기 인사이동)이 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 특정 담당자와 고객의 관계가 지나치게 깊어짐에 따른 부정 리스크를 방지하려는 목적이 있다. 그러나 자산가의 입장에서 보면, 장기적인 신뢰 관계 구축이 어려워진다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담당자의 연속성을 중시하는 어드바이저·조직을 선택하는 것이 초고자산가들에게는 특히 중요하다.
Q4. 신뢰할 수 있는 부동산 회사를 고를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A.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편측 중개를 원칙으로 하는가"라는 점이다. 이는 이해상충 배제라는 관점에서 가장 알기 쉬운 지표다. 그다음으로 담당자의 연속성, 보수 체계의 투명성, 단점까지 포함한 정보 공개 자세를 확인할 것을 권한다. "묻기 어렵다"고 느껴지는 질문이야말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지 가려내는 시금석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