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인재 가치는 그 정의가 크게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말이 앞서 나가기 쉽지만, 본질은 조금 다릅니다. AI가 먼저 대체하는 것은 사람 자체가 아니라 정형화된 사무와 처리 업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기업이 진짜로 질문받게 되는 것은 '무엇을 사람에게 맡기고, 무엇을 AI에게 맡길 것인가'라는 역할의 재설계입니다.
AI가 빼앗는 것은 '일자리'가 아니라 우선 '정형 사무'인가?
생성형 AI의 보급으로 회의록 작성, 자료 요약, 문의 1차 대응, 데이터 정리와 같은 업무는 빠르게 자동화하기 쉬워졌습니다. 2025년 공개된 국제노동기구(ILO) 자료에서도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업무의 일부가 재편된다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직종이 없어지는가'가 아니라 '그 직종의 내용이 바뀌는가'를 보는 것입니다.
2025년 4월 23일 공개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Work Trend Index'에서도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협업하는 것을 전제로 업무의 역할 설계를 재검토하는 흐름이 제시되었습니다. 즉, AI 도입의 본질은 사람을 줄이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본래 집중해야 할 영역으로 돌아가기 위해 처리 업무를 기계로 옮기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경영이 방향을 잘못 잡으면 단순한 효율화 이야기로 끝나버립니다. 절약된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여기에 철학이 없다면 AI 도입은 일시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그치고 맙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AI 시대일수록 '인재야말로 최대의 자산'이라는 사고방식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느낍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둘 점은, 일본 기업 문화에는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이라는 독자적인 관행이 뿌리 깊게 남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적보다 근속연수와 조직 내 조화를 중시해 온 이 시스템은 AI 도입으로 인한 역할 재설계와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성과 중심의 인사 체계에 익숙한 한국의 노동시장과 비교하면, 일본 기업이 '인재 가치의 재정의'에 나서는 것 자체가 상당히 큰 문화적 전환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이 남는 이유는? AI로는 대체할 수 없는 5가지 가치
AI가 뛰어난 점은 빠르고, 누락 없이, 일정한 품질로 처리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사람이 AI와 같은 무대에서 승부하려 하면 가치는 떨어지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인간만의 가치로 남을까요. 저는 다음 5가지가 앞으로 인재 가치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의 맥락을 읽는 대화력
같은 말이라도 상대방의 입장과 감정, 처한 상황에 따라 의미는 달라집니다. 고객이 진짜로 불안해하는 것, 부하 직원이 말로 꺼내지 못하는 위화감, 거래처가 숫자 이면에 안고 있는 사정은 대화의 맥락을 읽지 않으면 보이지 않습니다. 대화란 정보 교환이 아니라 관계를 쌓아가는 행위입니다. 이 깊이는 아직 AI만으로는 채울 수 없습니다.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결정하는 의사결정력
AI는 선택지를 정리하는 데는 능숙합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이 방향으로 간다'고 결정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정보가 불완전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관계도 흔들리는 가운데,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상황에서는 책임 있는 의사결정이 필요합니다. 경영과 매니지먼트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책임을 짊어지는 각오와 신뢰
일은 옳음만으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누가 책임을 지는가, 누가 마지막에 설명하는가에 따라 조직과 고객이 느끼는 안도감은 크게 달라집니다. 신뢰와 정직함을 바탕으로 좋은 정보뿐 아니라 불리한 사실까지 전달하고, 판단을 떠맡는 사람이 있는 조직은 강합니다. AI가 답을 내놓더라도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은 인간입니다.
실패에서 다시 배우는 유연성
AI 시대에는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보다 변화에 맞춰 다시 배울 수 있는 사람의 가치가 높아집니다. 일본 후생노동성(厚生労働省)의 리스킬링 관련 자료에서도 DX 인재로의 전환에는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하다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없다면 재학습은 이어지지 않습니다. 일하는 방식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것은 앞으로의 인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자질입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공감과 의미 부여
조직은 명령만으로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왜 그것을 하는지, 그 일이 누구의 행복으로 이어지는지를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움직입니다. 공감은 무름이 아닙니다. 관련된 모든 사람의 입장을 상상하면서 목적을 공유하고 납득감을 만들어내는 힘입니다. 이러한 의미 부여의 힘을 가진 사람은 AI가 늘어날수록 더 큰 가치를 갖게 됩니다.
AI 시대에 '인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처리능력 중심 평가에서의 전환
지금까지 많은 기업에서는 속도, 정확성, 처리량의 많음이 높게 평가되어 왔습니다. 물론 그 자체도 중요합니다. 다만 AI가 그 영역을 보완할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선 이상, 평가 기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조직의 성장은 멈추고 맙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처리능력 평가에서 가치설계력 평가로 축을 옮기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과제를 언어화할 수 있는가, 관계자를 끌어들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 모호한 상황에서도 의지를 갖고 판단할 수 있는가, 스스로 재학습을 시작할 수 있는가와 같은 능력입니다. 이러한 힘은 단기적인 숫자만으로는 측정하기 어려운 반면, 장기적인 기업 가치를 크게 좌우합니다.
2024년 4월 공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서도 AI 보급에 따라 기술 수요가 바뀌고, 단순한 사무 처리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워지는 방향성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채용도, 육성도, 평가도 '얼마나 많이 처리할 수 있는가'뿐 아니라 '얼마나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봐야 합니다.
INA가 생각하는 인재 투자란? 테크놀로지와 인간력을 대립시키지 않는 경영
저는 AI와 인간력이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테크놀로지가 진화할수록 인간력의 가치는 더욱 선명해집니다. 사무 작업을 AI에 맡길 수 있다면, 사람은 고객 이해, 제안의 질, 팀 빌딩, 도전 설계와 같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영역에 시간을 써야 합니다.
한국의 투자자 입장에서 이 점은 특히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일본의 부동산·자산관리 회사에 투자하거나 파트너십을 검토할 때, 재무제표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 바로 '조직이 인재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입니다. 처리능력 중심의 낡은 평가축을 그대로 유지하는 회사는 변화 대응력이 낮아 장기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는 반면, 가치설계력을 중시하며 역할을 재설계하는 회사는 경영진의 판단력과 조직의 유연성이 높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는 매출이나 자산 규모보다 앞서 확인해야 할, 눈에 보이지 않는 기업 가치의 지표입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도구 도입만이 아닙니다. 역할의 재설계, 도전 기회의 제공, 심리적 안전감이 있는 환경 조성, 재학습을 뒷받침하는 체계까지 포함해 인재 투자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사람을 줄이기 위한 AI가 아니라, 사람이 더 큰 가치를 발휘하도록 돕는 AI로. 이러한 발상의 차이가 몇 년 후 기업 가치에 큰 차이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을 강하게 만드는 것은 편리한 도구를 갖춘 회사가 아닙니다. 테크놀로지를 능숙하게 활용하면서 사람의 가능성을 넓힐 수 있는 회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AI 시대일수록 '인재 투자 컴퍼니'라는 사고방식이 더욱 현실적인 경영 전략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AI 시대에 가치가 남는 사람이란?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치를 설계할 수 있는 사람
- AI가 먼저 대체하는 것은 사람 자체가 아니라 정형화된 사무입니다.
- 앞으로의 인재 가치는 대화, 의사결정, 신뢰, 재학습, 공감으로 옮겨갑니다.
- 기업은 처리능력이 아니라 가치설계력을 평가하는 관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 AI 도입의 목적은 인원 감축이 아니라, 사람이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이동하기 위한 재설계에 있습니다.
-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드는 것은 테크놀로지와 인간력을 융합할 수 있는 조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
Q1. AI가 보급되면 정말로 사무직은 필요 없어질까요?
A. 필요 없어진다기보다 역할의 내용이 바뀐다고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정형 처리의 비중은 낮아지지만, 판단·조정·대화·개선 설계와 같은 역할은 오히려 중요해집니다.
Q2. AI 시대에 기업이 채용에서 중시해야 할 인재상은 무엇인가요?
A. 지시를 기다려 정확하게 처리하는 능력뿐 아니라, 모호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생각하고 주변과 대화하며 재학습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입니다.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신뢰를 쌓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Q3. 인재 투자는 연수를 늘리는 것과 같은 의미인가요?
A. 같지 않습니다. 연수는 일부에 불과하며, 역할 설계·도전 기회·평가 제도·심리적 안전감·계속 배울 수 있는 환경까지 포함되어야 비로소 인재 투자라 할 수 있습니다.
Q4. AI 도입 시 기업이 빠지기 쉬운 실패는 무엇인가요?
A. 효율화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버리는 것입니다. 절약된 시간을 어떤 고부가가치 업무에 재투자할 것인지 정하지 않으면, AI 도입은 일회성 개선으로 끝나고 맙니다.
인용·참고 자료
- 일본 후생노동성(厚生労働省) 경력형성·리스킬링 추진사업 'DX 인재를 위한 커리어 디자인' 자료
- OECD '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Changing Demand for Skills in the Labour Market'
- OECD 'Building an AI-Ready Public Workforce'
-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The 2025 Annual Work Trend Index: The Frontier Firm is born'
- 국제노동기구(ILO) 'Generative AI and jobs: A 2025 update'
